더위사냥
날아라, 에코맨
앨범 : 날아라, 에코맨
작사 : 오미영, 오준석, 김봉영
작곡 : 김승진
편곡 : 김승진
그때여 밤 최저 온도가
섭씨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 어느 날
다른 집들은
에어콘 빵빵 틀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을 사이
우리의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잘나가는 부모마저 없는
옥탑방 백수는
그 뜨끈한 방안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을 못자고 있었구나
이 상태에서는 도저히
잠을 못자겠다 생각한 백수는
더위와 한판 싸움을 하는디
물 한 빠께스 퍼다가
뜨거운 옥상 바닥에 뿌려본다
여기다가 착
저기다가 착착
뿌려봐도
언제 물 뿌렸냐는 듯이
바닥에서 바글바글 끓어
하늘위로 우루루루루루
날아가 버리는구나
이건 메인 디쉬
들어가기 전 에피타이저요
인트로라
지난달 엄마가
김치 보낼 때 넣어 주신
아이스팩 가랑이 사이에
끼워 넣고
비오는 날 은행에서
잔뜩 뜯어온 장우산 비니루에
헐렁헐렁 하게
얼음을 채워 넣고
목에다가 척 걸치고
선풍기 바람 강으로
틀어놓고
그 앞에서 입을 쩍 벌리고
아바바바바바바바
빤쓰 바람에
인디안 흉내 내면서
얼음 한 조각 입에 넣고
아이고 시원하다
골이 쩡 눈이 쩡쩡쩡 울리는구나
여기서 끝을 보면
대장부가 아니지
더위와 맞서 싸우는
비장의 무기
어젯밤 얼려둔 젖은 수건
반듯하게 접어
얼리는 것보다 대충 구겨
얼리면은 더욱 시원하지
이놈을 갖다가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본다
시뻘겋게 익은 얼굴
때목가지 걸쳐있는 모가지
시큼 시큼한 겨드랑이도 닦고
팔도 닦고 다리도 닦고
아무도 모르게 빤쓰 살짝 내려
아랫도리 닦고 있을 적에
아랫집 새댁이
빨래 널러 올라왔다가
끼아아아아야 이 변태놈아
소리치며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