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야 어머니 계시니
아뇨 아버지만 계세요
아버지 회사(會社)에 나가시지 않니
벌써 그만두고 산(山)에만 잘 가요
그래 무얼 먹고 사니
하느님이 음식을 감사하게 주세요
오라 어머닌 예배당에 가셨구나
네 나는 주일학교(主日學校)에 가구요
아버진 나가시지 않니
한번도 나가시지 않았지만 곧 나가시게 될 거예요
착한 우리 아버지거든요
하느님이 인도(引道)해 주실 거예요
산(山)에 가서 무얼하니
묘지(墓地)를 순례하며 시(詩)를 쓴데요
묘지(墓地)를 순례하다니
나도 몰라요 삼각산(三角山)이랑 도봉산(道峯山)이랑
집에서 가깝거든요
그래 갖고 집을 언제 사지
집이 없어도 하느님이 주신대요
주인(主人)이 가을에 이사 가란다면서
네 방(房) 한 칸 있는 데가 있대요
아버지 어서 회사(會社)에 나가셔야 할 텐데
안 나가도 괜찮아요, 혼자 일하는 게 더 좋대요
하긴 여태 회사(會社) 나가도 집 한 간 마련 못한 사람이니까
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빤 행복(幸福)하대요
예리도 꽃같이 예쁘구 너의 오빠도 착하구
우리 집엔 하느님이 계세요. 해바라기도 한 송이 피어 있구요